체스키 크룸로프가 중세의 동화 같은 풍경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오늘 떠날 곳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주는 휴양지입니다.
프라하에서 버스로 약 2시간 15분 거리에 위치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는 14세기 카를 4세 왕이 사냥 중에 발견했다는 전설이 깃든 유럽의 대표적인 온천 도시입니다.
괴테, 베토벤, 쇼팽 등 수많은 예술가가 사랑했던 이곳은 화려한 건축물과 온천수가 흐르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흔히 온천 여행이라고 하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입욕'을 생각하기 쉽지만,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 문화는 조금 독특합니다.
이곳의 핵심은 온천수를 '마시는' 것입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주랑(Colonnade) 아래에서 각기 다른 온도와 성분을 가진 온천수를 직접 시음하며 산책하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정석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아무 준비 없이 갔다가 온천수의 독특한 맛에 당황했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 없는 카를로비 바리 힐링 루트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준비물 1순위: 나만의 온천 컵 '라젠스키 포하레크'
카를로비 바리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념품 가게나 가판대에서 '라젠스키 포하레크(Lázeňský pohárek)'라고 불리는 전용 온천 컵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 컵은 손잡이 부분이 빨대처럼 되어 있어 온천수를 조금씩 음미하며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도자기 재질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많아 그 자체로 훌륭한 기념품이 되기도 합니다.
일반 종이컵에 받아 마셔도 되지만, 전용 컵을 들고 주랑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현지의 온천 문화를 제대로 즐기는 기분이 납니다.
컵을 골랐다면 이제 본격적인 온천수 순례를 시작할 준비가 끝난 것입니다.
2. 5대 콜로네이드 공략법: 온도별, 성분별 시음 팁
카를로비 바리에는 온천수가 나오는 지점이 12개 이상 있으며, 이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콜로네이드(Colonnade)'라고 부릅니다.
각 콜로네이드마다 온천수의 온도가 30도에서 72도까지 다양하며 맛도 미세하게 다릅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도 콜로네이드'는 흰색 철제 구조가 마치 레이스처럼 아름다워 사진 명소로 유명합니다.
이어지는 '밀 콜로네이드'는 124개의 기둥이 늘어선 웅장한 르네상스 양식으로, 카를로비 바리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프루델 콜로네이드'에 가면 지하에서 12m 높이까지 솟구치는 거대한 온천 분수를 볼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온천수에 미네랄 성분이 매우 강해 처음부터 너무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낮은 온도의 물부터 한 모금씩 천천히 시음해 보시고, 특유의 쇠 맛(철분 맛)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지세요.
3. 온천수와 찰떡궁합, '오플라트키'와 '베헤롭카'
온천수를 마시다 보면 입안에 남는 묘한 뒷맛을 달래줄 간식이 필요해집니다.
이때 꼭 먹어야 할 것이 바로 '오플라트키(Oplatky)'입니다.
카를로비 바리의 전통 전병으로, 커다란 원형 와플 사이에 초콜릿, 바닐라, 헤이즐넛 크림 등이 들어있습니다.
길거리에서 따끈하게 구워진 낱개 한 장을 사서 온천수와 함께 베어 물면 훌륭한 디저트가 됩니다.
또한, 카를로비 바리는 체코의 전통 약주인 '베헤롭카(Becherovka)'가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20여 가지 약초로 만든 이 술은 원래 소화제로 개발되었을 만큼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베헤롭카 박물관에 들러 시음해 보거나, 선물용 작은 병을 구매해 보세요.
'13번째 온천'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술입니다.
4. 당일치기 힐링의 완성: 디아나 전망대와 강변 산책
시음 산책을 마쳤다면 푸니쿨라를 타고 '디아나 전망대(Diana Observation Tower)'에 올라가 보세요.
카를로비 바리 시내 전체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숲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숲길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프라하의 복잡함과는 전혀 다른 평온함을 선사합니다.
화려한 호텔들과 꽃들이 만발한 거리를 걷다 보면 왜 유럽의 귀족들이 이곳을 '영혼의 휴식처'라고 불렀는지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봄철에는 강변의 버드나무와 꽃들이 조화를 이루어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핵심 요약]
카를로비 바리는 입욕보다 '마시는 온천' 문화가 발달한 곳으로, 전용 도자기 컵을 구매해 콜로네이드를 산책하며 시음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온천수는 미네랄이 풍부해 과다 섭취 시 배탈이 날 수 있으므로 낮은 온도부터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전통 전병인 오플라트키와 약주 베헤롭카는 온천수 산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필수 먹거리입니다.
프라하 플로렌츠(Florenc) 터미널에서 버스로 쉽게 이동 가능하며, 가급적 왕복 티켓을 미리 예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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